여행/아프리카 - 말리

말리 - 사막의 자유인 투아레그 (Touareg)

Melomane 2019. 8. 5. 18:26

2017년 2월 8일

투아레그 사람들을 사하라사막 인근 사람들은 '푸른 사람들' 혹은 '베일 쓴 사람들'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이들의 전통 의상이 푸른 색이고 터번으로 눈만 내놓은 채 베일을 쓰고 다니기 때문이다. 도시로 이주한 사람들도 공식적인 자리에선 전통 복식을 갖춰입기 때문에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머리 위로 10cm 이상 올라오는 터번을 쓰고 발목근처까지 내려오는 푸른 도포를 입은 모습은 정말 멋지다. 

Acte Sept 마당에 들어선 마하마네 아저씨, 모하메드 그리고 아가야쑤 아저씨



내 눈에는 동양인이나 흑인들은 자기네 전통의상을 입었을 때가 가장 멋져 보인다. 수트빨이 잘 받네 어쩌네 아무리 폼잡아 보았자 저 아리안계 남자들의 라인을 어찌 능가하겠으며 프랑스나 이태리 남자들의 패션감각을 어찌 넘어설 것인가. 양복은 그들의 체형과 문화에 맞게 개발된 것이니 당연하다. 어쨌든...

Acte-Sept 로비에 투아레그 전통 옷을 입은 남자 세 분이 모습을 나타냈다. 한 분은 우리의 마하마네 아저씨였고 연세가 좀 있어보이는 분은 그의 노래 반주를 하실 은고니 연주자 아가야쑤씨였고 젊어보이는 이는 피리 연주자 모하메드였다. 그 전날 우리와 비교적 많은 시간을 보낸 마하마네 아저씨가 우리가 가급적 많은 음악인을 만나고 싶어하는 것을 눈치채고 반주자 외에 피리 연주자까지 데리고 온 것이다. 

마하마네 아저씨는 그의 팍팍한 살림살이를 우리가 보아서 아는데 물을 길어다 빨래해야 하는 형편인데도 하얀색 터번을 깨끗이 세탁하여 흐트러지지 않은 당당한 모습이었고 자신의 노래를 더욱 빛내줄 뮤지션을 알아서 섭외하여 데리고 오는 감각도 있는 분이었다. 

20대라 해도 믿을 정도로 젊어보이는 모하메드는 알고보니 마흔일곱이나 먹었다는데 투아레그 전통음악을 연주하는 밴드의 리더이기도 했다. 우리는 시골 지방 여행이 끝나고 바마코로 다시 돌아가면 그의 밴드 음악도 청해 들어볼 참이다. 

세 분이라는 숫자가 좀 많기는 해도 악기가 다 작은 것들이라 Tiny Library Concert를 해도 무난하겠다 싶어 뮤지션들을 도서관으로 모셨다. 우리가 비디오 카메라와 스틸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는 동안 그들은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투아레그 전통 가슴 장식까지 목에 걸고 얼굴도 정성스레 베일로 감쌌다. 

제일 먼저 모하메드가 피리 독주로 음악을 열었다. 별빛 가득한 사막에서 외로운 양치기가 불었음직한 서정적인 선율이다. 사하라사막에서 제일 용맹하다고 이름난 사람들의 음악이 어찌 이리 애잔한지... 

이어지는 선율은 주로 은고니의 반주에 마하마네 아저씨가 노래를 하고 모하메드는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거나 춤을 추었다. 그들의 춤은 몸을 있는대로 흔드는 일반적인 춤과는 달리 절제하고 응축하여 움직임이 느리지만 강렬한 그루브가 느껴지는 그런 춤이다. 음악에 흥이 오르자 마하마네 아저씨도 노래를 하다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는데, 아! 이런 것이 진짜 춤이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좁은 도서관에 세 뮤지션들의 에너지가 꽉 들어찰 무렵 공연은 끝났다. 관객은 우리 둘 밖에 없었지만 뮤지션들은 스스로 즐기는 공연이었으므로 매우 흡족한 표정들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마당에 나와 기념 사진을 찍고 돌아가시는 길인데 마하마네 아저씨는 오늘도 역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를 갈아타고 오셨을테고 은고니 연주자는 무려 240km 떨어진 쎄구에서 오셨다고 해서 차비를 좀 넉넉히 드렸더니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하신다. 고맙기는 우리가 고마운건데. 

멋쟁이 모하메드는 터번 쓰고 푸른 도포지락을 휘날리며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