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 생루이의 어촌
2017년 3월
세네갈의 생루이는 프랑스제국 시절 서아프리카의 수도였던 곳이라 제국주의 시절의 건물들이 볼 만하고 온 세상 새들이 다 모인다는 철새도래지 해변이 있어 유명한 관광지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런 곳으로 가는 투어상품을 제쳐놓고 이웃 섬의 어촌으로 놀러갔다. 저녁에도 가고 다음날 아침에도 가고.
그 일대에는 섬들이 많아 배를 정박하기 좋은 작은 바다들이 많이 있지만 그런 곳들은 큰 배들이 다 차지하고 사람들이 들어서 내리고 올릴 수 있는 작은 배들은 대서양 큰 바다의 해변가에서 바로 출항하고 귀항한다.
작은 배라고는 하지만 올리고 내릴 때는 장정 열댓 명이 힘을 써야 하므로 해변에는 장정들이 여기저기 따로 또 같이 앉아있다가 배가 들어오면 우루루 달려나간다.
출항할 배를 내릴 때도 마찬가지여서 사전에 선주들과 계약을 하는지 출항할 배 앞에는 어느새 장정들이 우루루 모여 있다.
해변에는 그 밖에도 갓잡은 고기들을 경매하는 듯한 것도 볼 수 있고 소매상이나 식당 주인인지도 모를 사람들이 소량의 고기를 사가기도 한다. 또 한 켠에는 모래사장에서 바로 고기를 손질하는 아낙들도 있고 이들에게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파는 행상들도 있다.
그 모든 장면들 가운데 나의 눈길을 가장 오래 잡아 끈 것은 그 작은 배들이 대서양의 높은 파도를 헤치고 큰 바다로 나가는 모습들이었다.
어선이든 요트든 배를 몰아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일테지만 나로서는 처음 보는 장면들이라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선장들 가운데는 큰 파도를 피해 요리조리 왔다갔다 하면서 작은 파도를 골라 살짝살짝 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다가오는 파도를 약간 비스듬하게 스리슬쩍 넘어가는 이들도 있다. 아마도 이런 이들이 가장 노련한 선장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가장 멋진 선장은 큰 파도를 골라 그 앞에 직각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배가 하늘로 오를 듯 곤두섰다가 파도를 넘실 타넘는 부류였다. 이들은 너댓 개의 큰 파도를 성큼성큼 넘다보면 어느새 저 큰 바다로 나아간다.
작은 배들이 파도와 맞서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사진을 찍던 최선생이 다가와 "당신은 어떤 선장이 되고 싶어?" 하고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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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단 한번도 어떤 일에서 선장 노릇을 해 본 적도 할 생각도 없이 살아왔는데...
그대들은 어떤 선장이 되고 싶으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