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네갈 - 기도를 위한 음악인가, 음악을 위한 기도인가
2017년 3월
역시 아프리카다. 이슬람교는 음악을 그다지 장려하지 않아서 코란경이나 읽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네갈에서는 가스펠이나 CCM에 비견될만한 음악이 광범위하게 향유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날 저녁 늦게 우쑤이의 마마아프리카네 집에 있는데 아잔을 부를 시간이 아닌데 이장님 스피커같은 분위기의 스피커에서 노래같기도 하고 경 읽는 것 같기도 한 소리가 나서 무슨 소리냐 물었더니 무슬림들의 모임이라는 것이다. 소리나는 곳으로 구경을 갔더니 어느 가정집 마당에 수 십 명이 둘러앉아 있고 가운데 앉아 있는 두어 명의 소리꾼들이 소리를 하고 다른 이들은 따라부르거나 조용히 듣고 있었다. 우리는 방해될까 두려워 멀리서 사진 몇 장 찍고 되돌아왔다.
이틀 후 감비아 국경을 넘을 때 국경 근처 상가나 거리음식을 파는 이들이 비슷한 음악을 틀어놓았었고 다카르에서 쌩루이로 가는 7인승 택시 기사는 다섯시간 내내 그런 음악을 틀어놓았다. 최선생은 그제서야 무슬림 국가들에 지크르라는 기도가 있다는 것이 생각이 나서 혹시 이 음악이 지크르냐고 물어보니 맞다고 했다.
기독교의 찬송가처럼 이슬람교에도 코란경 읽는 소리 외에 일종의 기도를 염불처럼 외는 지크르(zikr)가 있다. 나는 전혀 모르다가 이번에 최선생 덕분에 알게 된 것이다. 어쩌면 몇 번 듣기는 했을테지만 그저 코란경 읽는 소리라고 믿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루이에서 묵은 게스트하우스의 집사가 새벽부터 소리도 안 좋은 전화기로 지크르를 듣고 있는 걸 또 목격한 최선생은 지크르가 단순히 의례 음악만은 아닐 것 같다며 집사에게 물어 지크르 음악 파는 곳을 찾아갔다.
그 곳은 예상했던대로 음반가게가 아니라 문구점 한켠에 컴퓨터 한 대 놓고 음원을 파는 곳이었다. 지크르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 음원판매상 이스마일라는 출반된 음원을 수집하기도 하고 유명한 소리꾼이 연주하는 곳에는 직접 가서 녹음을 하기도 하는데 2.5기가 정도 되는 분량의 음원 리스트를 보여주며 그들의 이름과 그가 누구의 제자인지 어느 파인지 등등을 줄줄이 꿰고 있었다.
최선생이 집에 있는 음반 몇 장으로 이해하고 있던 지크르는 불교의 반야심경처럼 의례 때 암송을 하는 챈트 비슷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스마일라의 아카이브를 통해 본 지크르는 아주 고전적인 것부터 아랍의 뽕짝 아라베스크에 가까울 정도로 가벼운 것, 관현악으로 편곡한 것, 서양악기로 반주하는 것 등 쟝르가 말도 못하게 다양했고 지금도 계속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고 한다.
창작은 무슬림 성직자들이 하기도 하지만 일반인들이 곡을 써서 성인이나 높은 성직자에게 헌정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하자면 오래된 가스펠도 있고 CCM도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다.
새로운 지크르 가운데 피아노나 바이올린 같은 서양 악기로 반주를 하거나 전통악기로 관현악 편성을 하여 반주를 하는 것도 있었는데 어설픈 국악관현악처럼 민망할 수준이어서 타악기나 기타 정도의 반주가 들어간 것들만 남기고 서양악기나 관현악 반주가 들어간 것들은 빼고 모두 구매를 하였다.
이스마일라는 우리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지크르 곡을 쓰고 노래도 하는 유명한 가수를 안다며 그의 집으로 가서 만나게 해주었고 마침 다음날 저녁이 무슬림력의 토요일인 목요일이라 지크르 모임이 사방에 있다며 두어 군데 안내하겠다고 자청하여 생루이에서 하루 더 묵게 되었다.
다음날 밤 지크르 모임 현장을 두 군데 방문했는데 첫번째 모임은 가정집 마당에서 비교적 고전적인 가스펠을 부르는 모임이었고 이웃 섬의 어느 골목길에서 이루어지던 두번째 방문한 모임은 타악기 밴드의 반주에 맞추어 가수가 노래를 부르면 신자들은 몸을 흔들며 따라부르거나 박수를 치는데 그 모습이 딱 미국의 흑인교회에서 블랙가스펠을 부르며 예배드리는 모습이었다.
세네갈은 공식적으로 세속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전 국민의 90% 이상이 무슬림이고 그들의 상당수는 매우 열렬한 신자이다. 그런데 이슬람은 세속적인 것으로 생각되는 음주도 절대 금하고 음악도 그다지 장려하지 않는 종교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어찌하지 못하는지라 종교음악으로라도 그들의 음악적 열정을 배출하는 것 아닌가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