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아프리카 - 모로코

모로코 - 페즈종교음악축제4

Melomane 2019. 9. 24. 00:57

2017년 5월

페즈종교음악축제가 끝났다. 이 축제는 장소의 아우라가 주는 프리미엄 덕분에 유럽의 '우아한여행' 추구자들 혹은 음악애호가들의 변함없는 사랑을 받으며 우아한 축제로 확실히 자리잡은 듯하다.

그러나 주요 공연장에서 올린 기획공연들은 축제의 제목에 걸맞는 종교음악도 아니고 이번 축제의 소주제인 '물과 성스러움'과 연결되는 것도 아니어서 일반 월드뮤직 축제와 별다른 차별성이 없어서 실망이었다.

다만 '종교'축제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인지 매일 밤 11시에 <수피의 밤>이라는 코너를 마련해 두어 모로코 각지의 지역별 수피그룹들의 공연이 매일 밤 하나씩 편성되어 있기는 했다. 수피즘은 춤과 음악을 통하여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이슬람교의 한 종파이다.

이들이 연행하는 춤과 음악은 지역마다 매우 다른데 우리나라 무속이 진도씻김굿이 있고 동해안별신굿이 있고 황해도굿이나 제주도굿이 다른 것과 마찬가지라고 보면 된다.

그나마 그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세계축제라면서 다른 나라 종교 음악팀을 하나도 안 부른 것도 이해할 수 없고 지역 대표로 나온 그룹들 실력의 편차가 너무 큰 것도 문제였다. 조금 더 세심하게 기획하면 얼마든지 개선될 수 있는 문제일 듯한데...

그런저런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이 <수피의 밤> 공연이 그나마 가장 볼만해서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 11시에 공연장으로 향했다.

다른 기획공연들이 다 유료인데 반해 이 공연은 무료로 개방하는지라 관객 대부분이 내국인들인데 별 볼거리가 없는 국민들에게 이 축제는 대단한 볼거리인지 300-400명 정도가 쾌적하게 볼 수 있을 공간에 1000명 이상이 모여들어 '굿' 보러 온 사람 구경하는 것도 재미났다.

현지인들은 다른 지방 굿도 대충은 아는지 추임새를 넣거나 장단을 딱딱 맞추어 신기했는데 페즈 지역팀이 나온 날 저녁에는 모든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를 다 아는 듯 떼창을 불러 대단한 장관을 연출했다.

종교음악이 대중음악처럼 향유되는 것은 이 곳 아프리카 무슬림 국가들의 특징인 것같다. 세네갈에서는 지크르를, 모리타니아에서는 메데흐를 상당수 국민들이 대중음악처럼 즐기고 있더니 이 곳 모로코에서는 수피음악이라 불리며 비슷한 형태로 향유되고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