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아프리카 - 말리

말리 유일의 문화엔지오 Acte Sept

Melomane 2019. 8. 5. 17:34

2017년 2월 5일

뮤직비디오를 통해 내가 갖고 있던 말리의 이미지는 빨간 흙길과 아이를 등에 업고 머리에 뭔가를 인 컬러풀한 옷을 입은 여인네들, 크고작은 배들이 정박해 있는 평화로운 니제르강의 모습이었다. 

바마코 도착 다음날 아침, 이미지 속의 말리를 기대하며 약속 장소까지 6km쯤 되는 거리를 걸어서 갈 요량이었다. 프랑스가 놓아주었다는 니제르강의 다리를 건너 빨간 흙길 6km쯤이야 산책 거리로 적당할 것 같았다. 그래서 시내에서 떨어진 다리 건너 마을에, 아름다운 정원에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다는 숙소가 가격도 저렴하길래 환호성을 지르며 예약했던 것이다. 

프랑스가 건설해주었다는 말을 들어 그랬을까 별 근거도 없이 니제르강의 다리도 이스탄불의 걀라타다리나 프라하의 까를로스다리, 혹은 빠리 세느강의 다리들처럼 낭만적일 것이라고 멋대로 상상했던가보다. 

그러나 바마코 니제르강의 다리는 우리의 한강대교처럼 오로지 속도만을 위해 건설되었다는 것을 1km도 넘는 다리의 1/3쯤 되는 지점에 와서야 깨닫게 되었다. 불타는 태양과 모래 먼지와 시커먼 매연에 화들짝 제 정신이 들어 다리를 건너자마자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말리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그 곳에는 오랜 세월 가족과 이웃들이 노예로 팔려가고 기나긴 식민통치를 겪었음에도, 가진 것이 없어도 먹을 것이 없어도, 자신들의 음악을 지켜왔고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악뜨세뜨 대표 아다마 트라오레


말리에서 우리의 첫 만남의 대상은 말리 유일의 문화엔지오 대표 아다마 트라오레씨였다. 아다마는 2016년 전주소리축제에 초청되어 왔던 프랑스 월드뮤직 그룹 로조의 리더 드니가 소개해 준 분이다. 그가 이끌고 있는 엔지오 Acte Sept는 전통문화를 보존 전승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축제도 기획하고 자체 극단을 운영하며 지역의 여러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우리가 아티스트들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던 널찍한 협회 마당에선 공연을 앞둔 극단 단원들이 연습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 마당에서 공연을 개최하기도 한다. 국립예술학교에서 만났다는 아다마의 부인은 티브이에도 가끔 등장하는 연극 배우로 협회 소속의 극단을 지휘하고 있다. 

참신한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기획하는 아이디어맨 아다마가 최근에 결실을 본 야심찬 프로젝트 중 하나는 민속악기 명인들을 인터뷰하여 책자를 만들고 그들의 연주를 음반 두 장으로 출판한 것이다. 우리는 그 책자에 소개된 연주자들을 협회로 부르거나 그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음악도 듣고 인터뷰도 하고 있다. 

아다마의 다음 프로젝트는 전통음악 교수법 쳬계를 수립하고 교재를 만드는 일이다. 학교에서는 서양음악만 가르치므로 전통음악은 구전으로만 전수되고 있기 때문인데 말리 정부에 여러번 건의를 했으나 나몰라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하나의 프로젝트는 여기서도 역시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여성 음악인들의 연주나 노래를 채록하려는 것인데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스폰서를 찾는 중이다. 

오늘 아다마의 차를 타고 수도 바마코를 떠나 370km를 달려 시카쏘 음악 축제를 보러 가는 중이다. 사실 아다마에게 축제는 핑계일 뿐이고 그의 또다른 원대한 프로젝트인 예술학교 설립을 위한 준비작업 때문에 가는 것이란다.

아다마 트라오레는 시까쏘 왕족 출신이다. 트라오레 왕국은 19세기 말 프랑스가 쳐들어 왔을 때 서아프리카에서 가장 강성한 왕국이었는데 프랑스가 땅을 몰수하고 왕가의 아이들은 모두 세네갈국경 근처의 카이에 소재하는 인질을 위한 학교에 보내버렸다. 왕국이 무너지자 아다마의 할아버지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왕국의 멸망과 관련한 역사는 아직도 규명해야 할 것이 많다고 한다. 

트라오레 가문은 프랑스로부터 독립한 후에 영토의 상당부분을 되찾았고 둘째 아들인 아다마도 자신의 명의로 상당한 땅을 물려 받았는데 그 곳에다 예술학교를 설립하려는 것이다.

아다마와의 첫 만남이 있은 바로 다음날 우리는 다리건너 정원이 아름다운 호텔을 떠나 아다마의 집 2층으로 숙소를 옮겼다. 다음편 부터는 아다마가 소개해 준 음악인들을 소개하겠다.

악뜨세뜨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