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무어인들은 8세기경 예멘에서 건너온 아랍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대체로 잘생긴 편이지만 특정 전형성을 가진 아주 잘생긴 부류가 있다. 이 부류의 남자들은 특히 쌍꺼풀 진 눈이 이뻐서 귀여운 인상이고 골격도 늘씬늘씬하다. 여자들은 몸매가 푸짐한 것을 미인으로 여기는 풍습이 있어 얼굴도 살이쪄서 좀 오종종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살을 뺀다면 이들도 아주 미인일 것이다.
또하나 특이한 것은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전통옷을 입는 것은 주로 여자들이고 남자들이 전통 옷을 챙겨입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 나라는 젊은 남자들이 더 열심히 전통옷을 입고 다닌다는 것이다.
수도인 누악쇼트와 경제도시 누아디부에는 우리의 세운상가 같은 곳이 있는데 20-30대의 젊은이들 수백 명이 와글와글 전통옷을 입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진열장에 코를 박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프랑스어로는 '부부'라 하고 자기네 말로는 '드라아'라 부르는 남자들의 전통 두루마기는 복숭아뼈까지 내려오는 길이인데 바닥에 펼쳐놓으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폭이 넓고 소매가 없다. 폭이 넉넉하므로 아침 저녁으로 시원할 때는 팔이 다 덥히게 입다가 낮에 기온이 올라가면 어깨위로 척척 접어 올려 입는데 원래 늘씬늘씬한데다 하얀 색이나 하늘색 계통의 부부를 걸치고 터번까지 쓰고 나서면 참으로 멋지다.
속에 입는 윗도리는 같은 천으로 만든 셔츠가 있으나 지금은 대부분 일반 티셔츠나 남방을 입고 바지는 양복바지를 입기도 하나 대체로 '사루엘'이라고 하는 통이 넓고 아래가 좁은 전통 바지를 입는다.
한편 '말레흐파'라고 부르는 여자들의 옷은 얇은 천으로 온 몸을 둘둘 감싸는데 머리쓰개부터 온 몸을 휘감고 목에 두르거나 얼굴까지 가릴 수 있는 머플러까지 하나로 붙은 형태이다. 나도 이 옷을 여러번 입었으나 너무 불편해서 감당이 안되던데 이 곳 여자들은 하루종일 입는다.
이란이나 터키 여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있을 땐 히잡을 벗는 반면 모리타니아 여자들은 집 안에서도 머리쓰개를 벗는 법이 없어서 모리타니아에 머무는 동안 아이들을 빼고는 맨머리를 한 여자들을 본 적이 없다. 트레킹 가이드 다히네 집에 나흘이나 묵었는데도 그의 어머니는 물론이고 고등학생인 여동생의 맨머리도 본 적이 없다.
이들의 전통옷의 디자인은 모두 똑같다. 남자들의 드라아는 흰색이나 하늘색 혹은 약간 짙은 파란색 세 가지밖에 없으며 원래는 실크로 만들었다지만 지금은 면이나 합성섬유로 만든다. 여자들의 옷은 색깔과 무늬는 다양하지만 디자인은 하나같이 똑같다.
여자들이야 사회적으로 또 종교적으로 억압을 받고 있으니 규칙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려면 대단히 용감해야 할 터이지만 남자들의 경우는 전통옷 안 입어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젊은 충에서 더 열심히 드라아를 입는 이유가 무엇일까에 대해서 최선생과 여러번 토론을 해보았지만 우리끼리 결론을 낼 일은 아니라서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자면,
피부색이 옅은 것이 신분이 높은 사회인지라 햇볕에 타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가릴 필요가 있고 강한 모래바람을 막기에도 좋을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런 기능이야 다른 디자인의 옷으로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터라 완전한 설명은 안 된다.
또 하나, 이들은 아직 가족공동체가 매우 굳건하여 일가친척 중의 한 명이 돈을 잘 벌면 모든 구성원들이 그에게 의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우리 가이드 다히도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그런 역할을 기꺼이 떠맡고 있어서 맏이도 아니면서 어머니와 여동생과 함께 사는데 점심 때나 저녁 밥 때가 되면 번번히 이웃에 사는 형제자매들은 물론이고 사촌들이나 그들의 친구들까지 밥을 먹으러 온다. 베푸는 이나 얻어먹는 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돈 좀 있다고 자기만 좋은 옷을 해 입을 수도 없을터, 모두 똑같이 교복같은 옷을 입는 것이 위화감도 안 생기고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유로는 이들이 전통옷 입는 것을 의무라서가 아니라 매우 자랑스러워하는 것을 보면 자신들이 무어족이라는 것을 은연 중 나타내기 위해 그러는거 아닐까 하는 것이다. 이 옷이 원래 아랍에서 들어와 이슬람화된 아프리카 전역에서 지체높은 이슬람 사제들이 주로 입는 옷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여행 > 아프리카 - 모리타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리타니의 음악 (0) | 2019.09.22 |
---|---|
모리타니인들의 자긍 또는 자뻑 (0) | 2019.09.09 |
모리타니 - 살아있는 전통 (0) | 2019.09.09 |
모리타니 - 사하라에서 트레킹과 캠핑을 (0) | 2019.09.09 |
모리타니 (0) | 2019.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