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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프리카 - 말리

말리 - 아루나 사마케 (Harouna Samake)

2017년 2월 6일

미국의 라디오 채널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진행하는 Tiny Desk Concert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뮤지션들을 방송국 사무실로 불러 초미니 공연을 열고 라이브로 방송하는 프로그램인데 후덜덜한 스타 연주자들도 모두 그 작은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유명 프로그램이다. 

바마코의 음악 엔지오 악뜨세뜨(Acte-Sept) 에서 뮤지션들을 초대하여 연주도 듣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악기가 크거나 인원수가 많을 때는 마당이나 로비에서 진행을 했고 세 명 미만이거나 조용한 음악일 경우 서재에서 진행을 했는데 그 장면이 Tiny Desk Concert와 너무 비슷해서 초대된 아티스트들에게 그 얘기를 해주면 매우 기뻐했다. 

우리가 진행한 콘서트는 Tiny Library Concerts 라고 부르겠다. 오늘 소개할 아티스트도 Tiny Library Concert를 해주었다. 물론 라이브로 음원을 제공할 수 없어 죄송할 따름이지만...

어떤 분야든 좋아서 해야 끝까지 갈 수 있다는 건 진리다. 바마코에서 만난 아티스트 가운데 내가 단박에 팬이 되어버린 뮤지션은 카말렌 은고니를 연주하는 아루나 사마케(Arouna Samake)이다.

은고니는 서아프리카 지역의 대표적인 류트류의 악기인데 모양과 크기가 다른 것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오늘의 주인공 아루나가 연주하는 카말레은고니는 커다란 박으로 만든 울림통에 현을 고정한 모습이 얼른 보면 코라처럼 생겼지만 코라와는 소리도 주법도 완전히 다른 악기이다. 

그가 Acte Sept 마당에 들어섰을 때 옷 입은 스타일이 마치 힙합 가수 같아서 쟤는 또 누군가 했었다. 그런데 그가 바로 우리가 기다리던 뮤지션인 걸 알고 깜짝 놀랐는데 만만치 않은 이력을 지닌 나이 마흔 셋 먹은 아티스트가 10대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완전 동안이다. 

아! 아프리카 뮤지션들의 생애 첫번째 악기를 수집해다 박물관을 열면 대박날 것이다. 

아루나 사마케의 첫 번째 악기는 일곱 살 때 자전거 브레이크선으로 현을 한 개만 건 악기였고 여덟 살 때는 현 두 개짜리를 만들었단다. 그러다 마침내 열 살 무렵 현 네 개짜리를 만들게 되었을 때 어찌나 기뻤는지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하게 기억난단다. 그제서야 비로소 자신이 내고싶은 음을 정확히 낼 수 있었고 표현하고 싶은 선율을 맘대로 연주할 수 있었단다. 

얼마 후 진짜 제대로 된 악기를 만들어야겠다 결심하고 악기 명인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 명인에게 악기 제작 뿐 아니라 연주법도 배우게 되었는데 장난감 악기로 어찌나 열심히 연마를 했던지 그 명인이 별로 더 가르칠 게 없다고 했단다. 

학교에도 못 다닐만큼 가난한 유목민의 아들이었던 아루나, 그의 부친은 아들이 자나깨나 악기만 가지고 노는 것이 영 마뜩찮았다. 그러나 그의 연주 실력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게 퍼져 인근의 모든 잔치에 이 꼬마 연주자가 빠지면 안 될 정도가 되었다. 

열 세 살 되던 무렵 바마코 교외에 사는 삼촌집에 놀러갔다가 이웃에서 빌린 악기로 삼촌집 문간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마을 어느 학교에 연습하러 내려와 있던 유명 여가수 살리 시디베(Sali Sidibe)가 소리를 듣고 찾아와서는 "꼬마야 우리 밴드에 들어오지 않을래?" 하더란다. 아루나는 아버지가 반대하셔서 안된다고 대답했는데 가수는 집안으로 들어가 삼촌을 설득하고 삼촌은 부친을 설득하여 마침내 1988년 열 네 살의 나이로 살리 시디베의 밴드에 들어가 수많은 공연과 음반 작업에 참여하게 된다. 

이후 여러 뮤지션들의 음반에 세션으로 참여하고 있고 지금은 말리 대표 아티스트 살리프 케이타(Salif Keita) 밴드의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또 수많은 제자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카말렌은고니의 개량을 거듭하여 6현, 8현, 12현으로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음악학교는 커녕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지만 음악을 만들고 가사도 쓰는데 지금 자신의 첫 앨범을 녹음 중이라 한다. 아직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 디스트리뷰터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음원이 완성되면 꼭 듣고싶다고 해두었다. 

어떤 악기든 감성적인 연주보다는 정밀한 연주를 좋아하는 나는 그의 연주 한 소절을 듣고 바로 반해버렸는데 그는 현이 끊어질까 두려울 정도로 힘있고 정확한 주법으로 연주를 한다. 

(근황: 이 꼬마 연주자는 2018년 마침내 네덜란드 레이블에서 음반을 내고 같은 회사의 매니지먼트를 받으며 지금 유럽 투어중이다. )

아프리카판 Tiny Library 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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