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아프리카 - 말리

말리 - 난민촌에서 탄생한 투아레그 밴드 TARTIT

2017년 2월

팀북투에 거주하던 시절의 멤버들 모습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는 것조차 버거울 난민촌 사람들도 사랑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그렇게들 산다.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에서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도 그저 시름을 달래기 위해 하는 정도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름이 나서 월드투어까지 다닐 정도의 프로가 되기도 한다. 말리의 투아레그 그룹 타르티트(Tartit) 멤버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투아레그에 관해서는 앞선 포스팅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지만 다시 한번 소개하자면 그들은 말리 북부 사하라 사막의 베르베르족 유목민들로서 팀북투를 중심으로 하나의 문명권을 일구었고, 푸른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터번과 베일을 쓰고 낙타를 타고다니는 남자 투아레그들은 용맹하기로 소문난 전사들이어서 프랑스가 식민통치 할 때 꽤 골치를 앓았던 민족이다. 그러나 1960년대 식민통치하던 유럽이 떠나면서 각자 자국의 이해관계에 근거해 지역의 세세한 사정들을 감안하지 않고 국경선을 죽죽 그어놓아 분쟁의 불씨를 남겨놓은데다 인구는 늘어나는데 사막화는 빠르게 진행되니 이미 70년대부터 서서히 엑소더스가 시작되었다. 90년대에 평화조약이 체결되며 안정되는가 싶더니 2000년대 들어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 팀북투를 비롯한 북부 지역을 점령하며 준전시 상황이 되자 사막의 자유인 투아레그들도 마침내 21세기 디아스포라 민족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특이하게도 이 지구상에는 나라없는 떠돌이 민족들이 하나같이 훌륭한 음악전통을 갖고 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집시들이 그러하고, 최근에는 시리아 사태 때문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고통을 겪고 있는 아랍의 쿠르드족이 그러하고, 멀쩡히 자기네 나라를 만들었지만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 이스라엘의 유태족들도 음악성 뛰어나기로는 유명하다. 다르게 말하면 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살면서도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의 하나가 음악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든다

타르티트 그룹은 90년대 초 모리타니아의 투아레그 난민촌에서 결성되어 90년대 중반 사태가 안정되자 고향 팀북투로 돌아가 20여 년간 대단한 성공을 거두었던 그룹이다. 그러나 그들의 고향땅 팀북투를 점령한 극단주의자들은 음악활동을 곱게 보지 않는지라 2013년 단원들이 하나 둘 흩어지게 되는데, 일부는 부르키나파소 난민촌으로, 일부는 모리타니아 난민촌으로 떠나게 되어 그룹이 해체되었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다.

사실 우리는 말리에서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 팀북투였고 뮤지션으로는 타르티트를 가장 만나고 싶었지만 팀북투는 갈 수 없는 곳이 되어있었고 타르티트는 해체되었으니 몹시 아쉬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런데...

바마코에서 만난 투아레그 피리 연주자 모함메드가 그들이 새 음반 녹음을 하느라 바마코에 와 있고 자신은 그들의 새 음반 작업에 세션으로 참여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세상에..!!! 우리는 그에게 부탁하여 그들이 녹음작업을 하고 있는 스튜디오로 갔다

스튜디오는 바마코 남쪽 주택가의 어느 가정집을 개조한 초라한 곳이었다. 그렇지만 알고보니 그 스튜디오는 꽤나 명성이 있는 곳이어서 생전의 알리-파르카 뚜레나 아펠 보쿰, 우무 쌍가레 같은 스타들이 다 거쳐 간 유서깊은 곳이란다

우리는 녹음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스튜디오의 조정실로 들어가 창문너머로 그들과 눈인사를 하고 그들이 녹음하는 광경을 구경하며 점심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팀의 리더 파디마타(예명은 디스코 Disco)와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의 공연을 공연장에서 볼 수는 없으나 유리창 너머로라도 그들의 라이브 음악을 듣고 있으니 이것이 꿈이런가 생시런가 싶었다

그들의 음악은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것들이나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들을 그냥 이야기 하듯이 조곤조곤 편안하게 전통 선율과 리듬에 맞추어 노래 하는데 그런 음악을 우리는 민요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악기는 전기기타를 빼고는 모두 전통 악기이며 전기기타도 전통 악기 은고니(그들은 그것도 기타라고 부른다)와 같은 주법으로 연주하기 때문에 전혀 전통 음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노래의 창법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 부르는 것처럼 (실제로 그들은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이다) 그 누구도 힘주어 질러대지 않는 편안하게 부르는 민요이지만, 사막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글쎄다. 사하라사막을 보지 않은 분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을지는... 

! 그리고 이들 음악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 손뼉으로 장단을 넣는 것인데 투아레그 뿐 아니라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볼 수 있는 이 손뼉 장단은 그 어떤 타악기보다 실용적이며 효율적이다. 플라멩꼬의 빨마스가 이들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닐까 싶다. 유투브에 이들의 음악이 많이 있으니 이 손뼉장단의 맛을 감상하시기 바란다

한편, 아마도 학교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을 Disco는 세계적인 아티스트답게 영어도 불어도 능통하였고 며칠 전 유투브에서 어느 인터뷰를 보니 이태리어도 하는 듯했다. 인터뷰는 그들의 삶과 새 음반에 수록될 음악에 관한 것들과 곡은 누가 쓰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등의 내용이었는데 최선생의 자료실에 고이 간직되어 있다. 언젠가 풀어놓을 자리가 마련되면 풀어놓을테지

인터뷰를 끝내고 밖으로 나왔더니 나머지 멤버들은 로비에다 돗자리를 깔고 집에서 해 온 소스밥을 먹고 있었는데 우리더러도 같이 먹자고 하여 못이기는 척하고 또 그들의 귀한 밥을 얻어먹었다.

스튜디오건물 로비에 돗자리를 깔고 밥을 먹는 타르티트 멤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