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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 포르투갈

포르투갈 - 도우루강변의 와이너리

2017년 5월

도우루 강변을 유람하는 요트, 승객이 우리 뿐이어서 전세낸 형국

강렬한 햇살에도 대서양의 바람이 있어 뜨거우면서도 시원한 포르투, 아랍 양식이 묘하게 남아있는 고풍스런 건축물들과 그 사이사이 깃들어 있는 아늑한 레스토랑들과 팬시한 카페들, 일인분을 둘이 나누어 먹어도 남을 푸짐한 요리, 과하지 않은 가격의 와인과 깨끗하고 친절한 게스트하우스까지, 정말이지 포르투는 가족끼리 친구끼리 휴가를 보내기에 참 좋을 곳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틀밤을 묵고는 또 짐을 쌌다. 관광 인프라가 (너무) 잘 되어 있는 도시에 가면 언제나 그런 느낌을 받는데 내가 대지 위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이 아니라 뭔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느낌이랄까 현지인들은 자기네들의 삶을 살고 관광객은 그들 주변에 물 위의 기름처럼 동동 떠다니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래서 와이너리가 많은 도우루강의 상류로 올라가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시골로 들어가면 물 위의 기름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강 건너편 언덕에 포도밭들이 보인다.



도우루강은 포르투갈 북동부 국경 너머 스페인에서 발원하여 서쪽으로 흐르다가 포르투에서 대서양으로 흘러드는 강인데 강의 양쪽 언덕들은 적당한 경사에 해도 잘 들고 물도 풍부해서 와이너리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 곳엔 또한 내내 강변으로 달리는 열차가 있는데 포르투갈에서 가장 아름다운 열찻길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우리는 그 열차를 타고 작은 마을 피냐우에 내려 역전앞 작은 호텔에 묵고 다음날 다시 그 열차의 종점인 포시뇨까지 가서 어느 와이너리에서 숙박 했다.

숙박손님을 받는 와이너리들은 객실의 시설들이 별 다섯 개짜리 수준부터 별 서너 개짜리까지 다양하게 있고 우아한 아침식사는 기본이며 주문을 하면 저녁 식사를 준비해 주어 현지 가정식 식사를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 환상적인 것은 와인이든 포르투(강화와인)든 원하는만큼 마실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도우루 골짜기의 와이너리 숙소들은 이태리의 토스카나처럼 agro tourismo 스타일로 개발된 것으로 자연도 보호하고 농가의 소득도 높히는 프로젝트의 일환인 듯하다.

띄엄띄엄 떨어져 있는 이런 와이너리 숙소는 대부분 승용차를 타고 오는 우아한 숙박객들이 오는 곳인데 용감하게(?) 배낭을 메고 대중교통으로 도착한 우리를 보고 그들은 좀 놀랐을 것이다.

포르투갈은 식당 음식도 양이 너무 많아 하나 시켜 둘이 먹을 지경인데 이 와이너리에서 해주는 시골 집밥은 산더미같은 샐러드에 어른 손바닥만한 스테이크 다섯 조각에 디저트로는 지름 20cm도 넘을 포르투갈 스타일의 티라미수를 내오고 와인 한 병을 다 비웠는데 디저트와 함께 또 포르투를 내온다.

포르투갈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먹으면서도 덩치도 그다지 크지 않고 배 나온 사람도 드문 걸 보면 적당한 음주가 건강을 유지시켜 준다는 '프렌치 패러독스' 현상인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포르투갈은 시골도 왜이렇게 깨끗하고 잘 사는 거지???
9년 전에 왔을 땐 기차에서 내다보는 시골 마을이 초라해 보였는데 그 사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아무래도 산골로 들어가봐야 할 것같아 우리는 또 짐을 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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