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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유럽 - 포르투갈

포르투갈 - 미란다 두 도우루

2017년 5월

미란다 민속박물관 벽에 걸린, 백파이프를 들고 있는 어린 악사의 사진  

포르투의 잘 짜여진 관광루트를 벗어나고자 도우루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열차를 타고 시골 마을을 구경하고 와이너리 숙박도 감행했지만 관광객을 위해 짜놓은 트레일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래서 중부 내륙 산악지대 마을 만테이가스로 가보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와이너리의 디너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어느 프랑스 아저씨로부터 미란다 두 도우루(Miranda do Douro, 줄여서 '미란다'로 표기) 마을에 관한 얘기를 듣고 행선지를 급변경하여 미란다로 갔다.

미란다는 도우루강의 최상류에 위치해서 다리만 건너면 스페인으로 넘어갈 수 있는 국경 마을이다. 마을 사람들이 아직도 미란데스라 불리는 고언어를 사용하고 독특한 전통문화를 간직한 곳이다.

반쯤 부서진 미란다 두 도우루 고성

미란데스는 포르투갈어도 스페인어도 아닌 라틴어 계열의 언어로 로마시절부터 사용되던 고어라고 하는데 마을이 외진 곳에 위치하다보니 잊혀지지 않고 살아남은 것같다.

이 미란다를 소개해 준 프랑스인은 뚤루즈대학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교수님으로 포르투갈이 좋아서 자주 온다는데 언어를 전공하는 분이라 소수언어인 미란데스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는 미란다에서 샀다는 핸드메이드 펠트 미란다 전통의상을 가져나와 보여주기까지 했다. 그는 그 옷을 생활복으로 입고다닐 것이라 했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그가 그 옷을 입고 나서면 중세의 트루바두르가 환생했나 싶을 것이다. ㅎㅎ

미란다는 도우루강변으로 달리는 아름다운 열차의 종착역인 포시뇨에서 시외버스로 갈 수 있는데 100킬로미터가 채 안 되는 거리지만 가는 중간에 거치게되는 거의 대부분의 마을에 들렀다 가느라 세 시간 가까이 걸렸으나 맨 앞자리에 탄 우리는 마치 기사 딸린 렌터카를 임대한 것처럼 이마을 저마을 들어가 볼 수 있어서 더할 나위없이 좋았다.

마침내 도착한 미란다는 생각보단 현대적이었으나 성안과 성밖이 고루 볼만했고 무엇보다도 터미널에서 호텔까지는 물론이고 어딜 가더라도 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 내에 있다. 유적으로는 반쯤 무너져내려 폐허가 된 성곽도 운치 있고 중세풍의 성안 마을은 고즈넉하게 분위기가 있었다.

특히 성안 중앙광장 옆에 70년대까지 감옥으로 쓰던 건물을 개조한 민속박물관은 미란다 사람들의 전통적인 삶의 모습을 독특한 방식으로 디스플레이 해두어 작지만 알차게 볼거리가 있었다. 

인구가 칠천 명밖에 안되는 작은 마을이지만 식당의 시설이나 서비스도 훌륭하고 음식은 역시 푸짐하고 성안이나 성밖 곳곳에 있는 바에는 술 좋아하는 현지인들로 늦은 시간까지 바글거린다.

포르투갈은 대도시도 좋지만 내륙 산악지역도 하루이틀 혹은 사나흘 시간 내어 들러볼만큼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오고가는 길에 와이너리에서 묵으며 포르투와 와인을 코가 비뚤어질만큼 마실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