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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프리카 - 모로코

모로코 - 아틀라스 산골마을 / 부엌일 하는 무슬림 남편

2017년 4월

4층 테라스의 간이 휴식 공간, 마주 보이는 문 안이 부엌이다.

열흘간의 아틀라스산맥 산골마을 순례 마지막 집이다. 이 댁은 바로 전의 버터 만들던 바로 그 댁이다.

이 댁이 있는 마을은 고도는 높지만 아주 널찍한 계곡에 자리를 잡아 너른 들도 있는 곳인데 우리 호스트댁은 거기서 곁가지로 뻗은 작은 계곡 끝 가파른 곳에 집을 짓느라 터가 좁으니 삼층으로 올려 일층에는 창고가, 이층에는 침실과 화장실이, 삼층 옥상에는 응접실과 부엌과 노천 테라스가 있는 구조였다. 흙과 나무만으로도 이처럼 3층 집도 지을 수 있다.

우리는 삼층 응접실에 묵으니 부엌이 가까와 심심하면 부엌에 들어가 불 때는 거나 빵 반죽하는 거, 버터 만드는 거 구경도 하고, 테라스에 나가면 멀리 희끗희끗 눈덮힌 산도 보이고 계곡 건너편 아몬드나무 숲과 테라스 밀밭들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 호스트 모함메드 아저씨는 무슬림으로서는 드물게 여자들의 영역인 부엌일을 돕는 분이어서 상 놓고 치우는 건 기본이었으며 우리 잠자리 이불을 깔아주는 일도 직접 하고 부엌에도 자주 들락거리며 일손을 거드는 듯했다.

그는 또 부엌과 화장실 및 바깥 부엌에도 수도를 설치해 여자들 일하기 좋도록 해 놓았고 계단이나 어두운 구석에는 등을 달아 두어 오래된 흙집이지만 도시 사람들이 살기에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시설을 해두었다.

시골살이는 힘들고 불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많은데 도시에 사는 우리는 그 잘난 문명의 이기를 누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희생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부엌일 거드는 아저씨


이곳 산골 사람들 힘든 육체노동을 하긴 하지만 쉬는 시간도 매우 많고 여자들이 풀베러 가거나 빨래하러 가거나 물 길러 갈 때면 늘 이웃 친구들이랑 함께 가서 노는 듯이 일하고 일하면서 논다.

집안 살림으로 말하자면 우선, 살림살이가 그다지 많지 않고 새까만 매연같은 더러운 먼지가 없기 때문에 우리처럼 늘 쓸고닦을 필요도 없고 가재도구가 단촐해서 청소하기도 매우 쉽다. 빨래는 흐르는 물에 나가 비눗물 묻혀 척척 치대어 물에다 휘휘 흔들어짜면 된다. 물론 겨울에는 많이 추울테지만 겨울옷은 자주 빨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다.

먹는 것으로 말하자면 직접 지은 농산물과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이 제공하는 것들로 밥상을 차리면 어디서 오는 건지도 모를 농산물과 화학물질 범벅 인스턴트 음식을 먹는 우리들보다 훨씬 더 양질의 음식을 먹는다.

어쩌면 몇 백 년 후 우리 후세들은 "18세기 산업혁명 시기부터 21세기 까지의 사람들은 닭장같은 사무실에 갇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늘 한번 쳐다보지 못하고 일했다더라. 고용주들은 일을 더 많이 시키기 위해 작업장에다 더운 여름에는 찬 바람을 주입하고 겨울에는 뜨거운 바람을 주입했다더라" 하고 기록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산골 사람들이 전기의 공급으로 티브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도시인의 삶을 동경하게 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그것이 그들을 불행하다고 느끼게 만들지 않을까 싶다.

버터 만들며 노래 부르던 모함메드 아저씨네 아주머니가 다 낡아빠진 자기네 집이 뭐 좋다고 이렇게 지내러 왔는지 모르겠다고 하시길래 이런 얘기를 해주었더니 반쯤은 이해하고 반쯤은 이해 못하시는 표정이다.

테라스에서 골짜기 너머로 건너다 보이는 아몬드 나무에 동네 아이들이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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