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버터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는 초등학교 실과 시간에 배우기는 하지만 식탁에 오른 버터를 보며 그게 어떻게 만들어져 거기까지 오는지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아틀라스산맥의 등줄기를 또 하나 넘어 또다른 계곡의 어느 산골 마을, 흙으로 지은 전통 가옥에 민박을 하는데 도착하자마자 버터 만드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동안 유목민이 있는 나라를 여행하면서 버터를 만드는 장면을 여러 번 보았지만 그동안 본 기구들은 플라스틱이나 양철로 만든 것들이었는데 이 댁에서는 아직도 염소 가죽을 통째로 벗겨 만든 전통 장비를 그대로 쓰고 있었다. 모르긴 해도 플라스틱이나 양철통에서 만든 버터보다는 염소가죽통에서 만든 버터가 더 맛있을 것이다. 게다가 이 댁 아주머니는 통을 흔들며 민요까지 불러주셨다.
버터를 만드는 방법은 소젖을 짜서 이 기구에다 넣고 꽤 오랫동안 (약 사십 분에서 한 시간 정도) 출렁출렁 앞뒤로 흔들면 우유에 들어있는 지방이 따로 분리되어 뭉치며 버터가 되고 남은 것은 요거트처럼 시큼한 음료가 된다.
이 시큼한 음료는 아마지흐어로 아호(agho)라고 부르고 아랍어론 레벤(leben) 혹은 라반(laban)이라 하며 이란에서는 두그(dough)이라 부른다. 유목을 하는 산골에선 버터 만들때마다 생기니까 자주 먹지만 도시에선 금요일에 꾸스꾸스 먹을 때 사다가 마신다. 이란에선 거의 매 끼니마다 두그를 마시기 때문에 공장에서 대량생산해서 상표도 용량도 다양하게 팔고 있다. 술을 안 마시는 동네에선 이것이 술 대용일 듯한데 이란의 두그는 유리잔에다 마시지만 모로코의 아호는 사발에다 마시니 딱 막걸리같다.
한편 터키 사람들이 물 마시듯 하는 아이란도 이것처럼 시큼한 음료인데 최선생은 이것도 아호처럼 버터 만들고 남은 음료라 주장하고 나는 요거트에 물을 섞은 것이라 주장하며 한참 논쟁을 벌였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내가 옳았다. 터키의 아이란은 물과 소금을 넣어 희석시킨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 사람들이 즐겨마시는 라씨는 요거트일까 아닐까? 위키피디아는 이것들 전부를 다 요거트류로 분류하는 듯한데 나는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몽골과 중앙아시아에서 말젖이나 양젖 염소젖으로도 만드는 마유주(이 단어는 일본인들이 만든 것이라는데 엄밀히 말하면 잘못된 것이다)도, 술이라지만 시큼하고 뻑뻑한 것이 요거트 비슷하던데 이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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