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맛있는 점심 먹을 궁리나 하다 해거름부턴 공연장 순례나 하는 생활이 환상적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것도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다.
장기 여행 다니며 가장 편안한 순간이 일과를 끝내고 샤워하고 빨래하고 나서 저녁 먹기 전까지의 한갓진 시간인데 축제의 첫 공연이 4시 30분에 시작해서 보통 서너 개의 공연장을 종횡으로 뛰어다니다 보면 저녁은 늘 대충 때워야 하고 자정 넘어 숙소에 돌아오면 자기 바쁘다. 당연히 다음날 아침은 늦어지고 어영부영하다 보면 점심먹을 시간이고 점심 먹고나면 또 공연장 가기 바쁜 생활이다.
앞선 포스팅에서 이 축제의 공연장 모습들을 보여드린 바 있는데 초반에 해외 관객들이 미처 다 도착하기 전에는 공연장이 적절히 빈 듯해서 매우 쾌적했으나 점점 더 많은 참가자가 오기 시작해서 이제는 작은 공연장엔 한 시간 전에 가서 줄을 서야 좋은 자리를 확보할 수 있어 늘 종종걸음을 쳐야 한다.
매일매일 첫 공연을 개시하는 아름다운 쯔난스빌공원 야외공연장엔 아예 의자에 앉을 생각을 버리고 멀찌감치
나무 그늘 잔디밭에 스카프 하나 깔고 누워서 보기로 작정을 하고나니 첫 공연장엔 그다지 서둘러 갈 필요가 없어졌다.
그저께 그 곳에서 본 공연 영상 하나 올린다. 무대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강건너 잔디밭에서 아이폰으로 찍은 영상이라 비쥬얼은 볼 품 없지만 오디오는 잘 들린다.
이 음악은 크레타섬의 오랜 민속악기 리라 연주자를 중심으로 보컬과 라우토 또는 부주끼와 백파이프가 반주를 하고 간간히 우아한, 그러나 때로는 격렬한 춤이 더해지는 공연이었다.
리라는 그리스신화에도 등장하는 고대 악기와 같은 이름이지만 크레타의 리라는 바이얼린의 전신일지도 모르는 찰현악기이다. 라우토 역시, 발현악기를 대표하는 이름인 류트의 다른 이름이다. 크레타는 그리스에 속해있지만 본토보다 앞선 문명이 일어난 지역이고 본토와는 다른 음악 전통이 있는 섬이다.
연주자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들로 초반에는 약간 아마추어스러운 듯 해서 살짝 걱정이 되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적당히 긴장한 채, 그러나 충분히 진지한 연주로 마지막엔 모든 관객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런 공연은 신의 경지에 이른 연주력을 보여주는 프로페셔널 대가들의 공연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또다른 차원의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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