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모함메드의 아버지 레흐슨의 고향 마을 따구닛은 찻길이 아예 없고 계곡따라 2km 정도 걸어나가야 찻길이 있으나 그 곳에도 정기 노선 버스는 없어서 우연히 지나다니는 아무 차량이라도 얻어타야 들어오고 나갈 수 있는 오지 마을이다. 마을이 위치한 섹사와계곡은 관광객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주민들도 외국인에 대한 위화감이 없고 아이들도 돈을 달라거나 사탕을 달라지 않았다. 마을에는 일곱 개의 씨족이 사는데 같은 동네 처녀 총각이 결혼하기도 하니 온 마을 사람들이 친척이거나 적어도 '사돈의팔촌' 안에는 들어가는 관계다.
모함메드네도 고모네도 있고 고모할머니네도 있는데 그 댁 아들이자 모함메드의 아버지의 고종인 하산아저씨가 늘 우리와 함께 다니며 이런저런 일을 돌보아 주었는데 그는 마을의 중견이자 민속 악기 리밥 연주자이기도 해서 마을의 민속음악을 어떻게 해야 최대한 들어볼 수 있을지에 관해 그와 상의하라고 모함메드의 아버지가 일러주었었다.
도착하던 날 오후에 하산아저씨와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우리가 염소를 한 마리 잡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축제를 벌일 수 있겠다 하여 우리는 기꺼이 그러마고 하였다. 축제는 다음날 밤에 벌이기로 하고 연락이며 준비며 그런 것들은 하산아저씨가 다 맡기로 하였다.
하산아저씨는 상의를 끝내고 돌아가며 이따 저녁 때 와서 리밥 연주도 해주겠다 했다. 저녁밥을 먹고 쉬고 있자니 하산아저씨와 함께 서너 명의 장정들이 악기들을 들고 와서 뚱땅거리고 삑삑거리며 연주를 시작하더니 인원이 하나둘씩 늘어 나중에는 여덟 명이나 와서는 서로 이 악기 저 악기 돌려가며 연주하고 일부는 춤추고 일부는 노래하고 손뼉 장단을 치며 노는데 열 시쯤에 시작한 놀이판은 새벽 두 시에나 끝이 났다.
처음 한두 곡은 분위기가 좀 썰렁한 듯 했으나 세번째 곡부터 몇몇이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하니 분위기는 금방 후끈 달아올랐다. 사실 이 아마지그의 신민요들은 음악적으로 그다지 심오하지 않아서 가사를 못 알아듣는 사람들에게는 다 비슷비슷하고 리듬도 단순해서 우리에겐 좀 재미가 없는 음악이다. 그런데 본인들은 신이 나서 지칠 줄 모르고 연주하고 춤을 추고 좋아하니 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최선생은 술도 한 잔 안 마시고 어쩌면 저렇게 (미친듯) 열정적으로 놀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신기해 했다.
악기는 우리의 해금처럼 손아귀 힘으로 음정을 조절하는 리밥이 대표로 선율을 이끌면 크고 작은 두 개의 북을 함께 묶은 땀볼라가 장단을 맡고 또하나의 현악기 반조가 있는 것이 특이한 구성이다. 반조는 미국 컨트리 음악의 대표 악기인데 이들의 민속 악기로 편성된 것이 무슨 이유인지 궁금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이들의 전통악기 중에 로타르라는 악기가 반조와 아주 흡사한 소리를 내는 게 있어서 요즘엔 조율이 편리한 반조를 많이 쓰는 듯했다.
축제를 벌이기로 한 다음날 아침 어제의 여흥이 덜 풀렸는지 열 시도 안 되었건만 어제 그 멤버들이 하나둘 우리방으로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또 새로운 판이 벌어져서 하산아저씨네 집에 꾸스꾸스 점심상이 준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판이 정리되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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