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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아프리카 - 모로코

모로코 - 다정한 산골의 베르베르인들

2017년 4월

하산아저씨네의 꾸스꾸스

 

말리와 모리타니에 비해 모로코가 더 좋은 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음식에 모래가 없다는 것과 아무리 첩첩산중 산골마을이라도 당연히 숟가락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무엇이든 잘 먹고 어떤 환경이라도 적응을 잘 한다지만 손으로 먹는 밥은 정말 힘들었다. 반은 손에 묻고 반은 흘리니 입속에 들어가는 양이 많지 않기 때문일까 아무리 먹어도 허기가 젔다.

모로코는 2001년에 일주일 정도 다녀간 적 있는데 당시로서는 오지여행을 한다고 느낄 만큼 순박한 구석이 있었으나 2017년에 말리 세네갈 모리타니아를 거친 후 도착한 모로코는 너무 번쩍번쩍해서 모로코가 이렇게 산업화된 곳이었던가 내 눈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16년 사이에 모로코가 변한 것일까 내 눈이 변한 것일까??

그래서 얼른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왔다. 모로코에 들어온지 열하루째인데 이동하는 날 빼고는 거의 매일 꾸스꾸스 아니면 따진을 먹고 있지만 질리지가 않는다. 아마도 집밥이어서 그럴 것이다. 

꾸스꾸스는 듀럼밀을 잘게 바수어 밀가루를 입혀 동글동글하게 만든 노란 알갱이를 찌고 그 위에 고기와 야채 스튜를 얹어먹는 요리이고, 따진은 따진이라 불리는 독특한 모양의 질그릇 냄비에다 고기와 야채를 쌓고 최소한 한 시간 이상 푹 익혀 빵과 함께 먹는 요리이다. 고깔 모양의 따진 뚜껑은 증기가 모여 비교적 넓은 그 공간에 머물며 고기와 야채를 쪄서 익히는 효과를 주기에 모든 재료의 맛이 푹 우러나서 이보다 더 진국의 음식이 있을까 싶다.

따진은 고깔처럼 생긴 뚜껑에 그 맛의 비결이 있다. 
따진요리, 바닥이 두꺼워 다 먹을 때까지 음식이 식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요리는 모로코의 전통요리라고 알려져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모로코 원주민 아마지흐(베르베르인들이 스스로를 지칭하는 이름)의 전통요리임에 틀림없다. 왜냐하면 이것이 아랍 요리라면 아랍의 다른나라에서도 먹어야하지만 오직 모로코 인근에서만 먹기 때문이다.

타구닛 마을에는 식당이 없기 때문에 우리 부부와 모함메드의 식사는 동네 사람들이 돌아가며 챙겨주었기에 수많은 버전의 꾸스꾸스와 따진을 맛보았다. 마을을 떠나기 전날은 그동안 밀려있던 식사 초대를 한꺼번에 소화해야 했기에 점심을 세 번이나 먹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