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4월
점심을 먹고나니 우리가 내기로 한 새끼염소를 잡는다며 모두들 마을 우물가로 내려갔다. 염소 잡는 일은 틈만 나면 우리방에 와서 춤추고 노래하던 압둘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염소는 그가 키우던 녀석이라고 했다. 압둘은 우리방에 올 때마다 발냄새가 심하게 나서 살짝 미워하고 있었는데 염소가 고통스럽지 않도록 목을 따고 피를 빼고 가죽을 벗기고 배를 갈라 내장을 분류하는 모습을 보니 그가 프로페셔널해 보였다.
잡은 염소는 우리집 부엌으로 가지고와서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오후 내내 요리를 하고 부엌일 안 하는 사람들은 안마당에다 또 풍악판을 벌리니 골목에서 놀던 동네 꼬마들이 전부 들어와 구경도 하고 춤도 추고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저녁 여덟 시쯤 되어 염소고기 따진으로 만찬을 하는데 마을 이장님과 초등학교 선생님 두 분도 오셨다. 선생님들은 아랍인들이었는데 마을에선 VIP인 듯했다.
그런데 축제 준비며 요리며 그런 것들을 전부 남자들이 했다지만 만찬 참석자 중에 여자는 한 명도 없었다. 대외적인 일에서 여자들은 철저히 배제되는 것이 이슬람 문화의 영향인지 아마지그 전통 문화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잠시 후에 벌어질 축제에서 분출되는 여자들의 억눌렸던 에너지는 어마어마해서 밤이 깊어질수록 더욱 열정적이 되어 누군가 중단시키지 않으면 밤을 샐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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